변화를 좇는 투자 #3
<Invest like the Best> 중 <Investing Behind Change>
진행: 패트릭 오쇼너시, 게스트: 스티브 맨델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변화의 영역
패트릭: 당신이 지나가는 말로 언급한 것 중에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영역(zones of chang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몇 가지만 골라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오늘 대담에서 결제 산업을 언급하셨는데,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죠. 제 생각에 사람들은 디지털 결제로의 전환을 보편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 같은데, 아직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어떤 흥미로운 요소 때문일까요?
스티브: 디지털 결제 기업이 은행 산업의 많은 부분을 잠식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디지털 지갑이 발전한 양상과 획득 고객 수, 결제 금액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스퀘어(Square)의 캐시(Cash, 사용자가 휴대폰 앱을 사용하여 서로 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 같은 서비스는 정말 충격적이었죠.
밀레니얼 세대가 스마트폰을 사용해 정말 많은 일을 처리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죠. 하지만 외환이나 개인 간 이체, 청구서 납부같이 은행에 가서 처리하던 일이 앱을 통해 이뤄지는 전환의 놀라운 속도가 충격적이었다는 말입니다. 고속 어뢰정(PT boats)이 항공모함에 포격을 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공모함이 바로 은행이죠. 이 고속 어뢰정은 항공모함의 손익계산서에서 큰 부분만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고, 높은 이익률을 거둬왔고 더 효율적이거나 저렴한 서비스에 지불 의사가 있는 고객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에도 침투합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정도 또한 눈여겨볼 만합니다. 숍 페이(Shop Pay app, 고객이 결제 과정 중 입력해야 하는 과정을 줄여 온라인 결제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쇼피파이[Shopify]의 원클릭 결제 시스템)를 아시나요?
패트릭: 네, 물론이죠.
스티브: 시간이 지나면서 숍 페이 사용률이 높아지고 기능이 계속 개선되면서 몇 년 전에는 온라인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 상인이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온라인 판매 채널을 빠르게 만들어 거래를 촉진하거나 마케팅을 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등 모든 필요한 기능을 충분히 갖췄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이 생겨나리라 생각하는데, 고객과 기업 간 결제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과 기업 간 결제, 고객과 고객 간 결제도 이뤄지는 것이죠. 숍 페이는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소프트웨어이자 중소규모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일을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분야죠.
패트릭: 제가 온라인에서 뭘 샀는데, 웹사이트에 직접 입력해야 하는 인증 코드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더군요. 그에 반해 숍 페이는 문자 메시지의 인증 코드를 자동으로 채워 넣어줌으로써 고객의 불편을 제거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구매 과정이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스티브: 맞습니다. 숍 페이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서비스죠.
패트릭: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스티브: 정말 훌륭한 서비스입니다. 이제 구글과 페이스북에서도 숍 페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됐는데, 앞으로 꽤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판매하는 사람은 다른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숍 페이로 갈아타야 할 수도 있죠.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기대됩니다.
패트릭: 소비자의 본질과 취향의 발전, 구매 방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에서 변화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런 광범위한 트렌드 말고 미묘한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을까요?
스티브: 당연히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변하는 게 가장 큰 변화겠죠. 하지만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정보를 얻고 누구를 신뢰해서 그 정보를 채택하는지, 정치 부문에서 볼 수 있듯이 좋고 나쁜 방향 모두로 작용할 수 있는 그 커뮤니티에 대해서 말이죠. 하지만 제품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웹의 등장 이후에 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가 사람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증폭시킴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진 것이죠.
패트릭: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초반에 이야기했던 리테일 기업 개념으로 돌아간다면, 정말 효과적인 사업 단위나 프랜차이즈 가치를 오늘날 앱을 통해 구축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많은 사람이 효용을 얻게끔 복제할 수 있고 놀라운 경제성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제 모든 사람이 그걸 알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사업이 훌륭하다는 건 이제 비밀이 아니죠. 2021년 현재 투자자의 관점에서 볼 때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스티브: 네, 가장 어려운 지점이 바로 사람들이 소프트웨어가 좋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밸류에이션이 문제가 됩니다. 수직적으로 통합된 소프트웨어 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죠. 보통 이들은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성장하는 다른 어떤 트렌드에 올라탄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사용량 기반 과금 체계의 경우에 더 그렇죠.
소프트웨어나 특히 생명공학 및 의약품 같은 헬스케어 산업에 얼마나 많은 기업이 존재하고 또 이들이 얼마나 작은 규모인지 알면 충격을 받을 겁니다. 다 고만고만합니다. 그리고 항상 틈새시장이 존재하고 연속적인 개선 움직임이 아주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를 바라볼 때 이 사실에 주의해야 합니다. 큰 업적을 이룬 거대 기업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후발주자인 더 새로운 회사가 그 위치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업계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자본의 요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지적재산권이나 고객 습관 같은 진입장벽은 실재합니다. 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고착성과 여러분이 근무하는 회사에 존재하는 절차 같은 것이죠.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혁신적인 새 소프트웨어 기업을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기업 투자라는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내야 하는 입장료가 문제이죠. 이 기업이 2025년이나 2026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활기 넘치고 준수한 성장을 구가하리라는 확신이 강해야 수지 타산이 맞는 경기가 될 겁니다.
패트릭: 샘 월튼 이야기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최고의 경영진은 자사의 경쟁우위와 그 본질에 대해서 항상 생각한다고 보십니까? 단순히 고객에게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넘어, 잠재 경쟁자로부터 사업을 지켜낼 방법이 있을 텐데요. 지난 시간 동안 만나온 경영진에게서 그런 자질을 찾아내셨나요?
스티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영진은 자사에 경쟁우위가 존재한다면 무엇이 경쟁우위를 가져다주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어깨너머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일한 사업을 하는 두 기업이 있었습니다. 회사명은 본질을 흐리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게요. 업계 1위 기업과 2위 정도 되는 기업이었죠. 각 회사에 서로를 보고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봤습니다. 1위 기업은 "다른 기업에 관해서 절대 시간을 쓰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우리보다 훌륭하지 않고 우리 사업 성과 수치가 훨씬 좋다"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죠. 2위 기업은 항상 1위 기업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2위 기업이 1위 기업을 이기게 됐는데, 사업을 계속 개선하고 학습하며 1위 기업이 잘하는 걸 그대로 따라 했기 때문이죠.
고객이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계속 구매하게 만드는 요인과 다른 기업에 비해 경쟁우위를 가진 이유는 희소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허권을 적용받는 초기의 의약품이 예시가 되겠는데, 산업을 막론하고 준독점(quasi monopoly)에 다다를 수 있는 건 언제나 희소성 덕분입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리테일 분야에 존재했고 지금 일어나기도 하는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 사건이 생각나네요. 한 20년 전에 스테이플스(Staples, 1986년 설립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사무용품 유통기업)와 오피스 디포(Office Depot) 간의 합병 건에 관해 FTC가 제동을 걸었는데, 저도 그 심리에 출석해 증언했습니다. 스테이플스가 상황을 뒤집기 위해 심리를 청구했고 저는 감정인(expert witness)으로 불려갔습니다. 스테이플스와 오피스 디포, 오피스맥스가 순서대로 사무용품 업계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두 기업만 남게 되는 건 반경쟁적(anti-competitive)이라는 게 FTC의 주장이었죠. 사실 거대 두 기업만 존재하는 산업의 사례는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월마트나 코스트코를 포함해 수많은 카탈로그 판매자가 존재합니다. 소비자가 복사용지나 필기구를 구매하는 경우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죠."
패트릭: 그걸 살 수 있는 곳은 아주 많죠.
스티브: "HP 프린터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보다 더 경쟁적인 상황은 찾기 힘들 겁니다. 이들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은 아주 많죠." 굳이 사무용품 판매점에 찾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FTC의 주장이었고, 저는 (제 기억이 맞는다면) 호건 판사(Judge Hogan)에게 이런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거 잘 되겠는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합병 불허 처분이 내려졌습니다(1997년의 일이었는데, 2016년에 다시 한번 양사는 합병을 추진했지만 역시 같은 처분이 내려졌다).
패트릭: 당신이 하는 일에서 속도라는 변수의 중요성은 어떻게 변화했습니까? 제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벤처 기업 세계에서는(패트릭 오쇼너시는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파지티브 섬[Positive Sum]의 파트너로도 재직 중이다)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를 가지는 게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테이블 스테이크(table stakes, 포커에서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액수를 말하는데, 기업 세계에서는 최소 기능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의미)가 적용되는 곳이죠.
스티브: 주식 시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패트릭: 매일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죠?
스티브: 네, 맞습니다. 매일매일의 가격이 존재하죠. 우리는 비상장 기업 투자에 뛰어든 지 3년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입생입니다. 그전에 몇 번 투자하긴 했지만 3년 전부터 정말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비상장 기업 투자는 정말 다른 경기입니다. 일을 마감에 맞춰 끝내야만 하는 응급 상황(fire drill)이 발생하면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을 모아 도와야 하는데, 완벽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더군요. 물론 상장 기업 투자 시에도 정보가 완벽한 경우는 없지만, 비상장 기업 투자에서는 정보가 훨씬 부족합니다.
비상장 기업 투자 시장은 발전을 거듭한 결과, 자본과 재무상태표 규모를 경쟁의 무기로 삼아 잠재 경쟁자가 어떤 일도 하기 전에 물리치려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5년이나 1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업 세계에서는 적응력이 중요하지만 모든 투자자가 이 경기에 참여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어떤 기업에 반드시 투자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기업 실사를 잘 수행했고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느낄 때는 참여하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됩니다.
패트릭: 팟캐스트를 듣는 젊은 투자자의 생각에는 장중에 전신타자기를 가져가서 투자 기업의 실적 발표를 받아 적었던 당신의 경험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텐데요. 시작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20년 후에 지금을 돌아보면 어떤 부분이 또 그렇게 보일 것 같습니까?
스티브: 저도 제가 그 답을 알게 되길 바랍니다. 시장의 작동 방식을 넘어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그때 그 사람들은 그랬대"로 운을 떼는 이야기를 하게 되겠죠.
패트릭: 20년 후에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겠죠. 바보같이 보이기도 할 테고요.
스티브: 당장 저부터도 과거 사람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장인어른은 정형외과 의사셨는데 의과대학 재학 시절 강의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모든 책상에 재떨이가 달려있었다고 합니다.
패트릭: 의과대학 강의실에 말이죠.
스티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의사가 되려는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며 수업을 들었던 거죠. 1950년대 이야기입니다.
패트릭: 오늘날에도 그 재떨이와 같은 것이 존재하겠죠.
스티브: 맞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재떨이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행동을 멈추거나 그 일을 하는 방법을 바꿀 용의가 있어서, 과연 그게 무엇일지 지금 알 수 있다면 참 좋겠어요.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패트릭: 자산 거래에 여전히 존재하는 마찰 저항에 변화가 생긴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암호화폐 시장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아주 높습니다. 주식을 포함해 전 세계의 다른 모든 자산 거래 시장이 그 방향으로 움직이리라 생각하십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게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스티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게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저는 지금도 주식 시장이 항상 열려 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라는 제 직업에서 유일하게 싫어하는 부분이 바로 365일 내내 블룸버그 단말기를 쳐다봐야 한다는 겁니다. 때론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있죠. 블룸버그에 속박당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주식 시장이 정말 1년 내내, 24시간 열려있다면 더 그렇게 느낄 거고요. 시장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면 사실 항상 열려있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패트릭: 다른 곳의 주식 시장은 항상 열려 있죠.
스티브: 네, 미국 주식 시장이 폐장한 동안에 뉴질랜드 등의 시장은 열려있습니다. 그게 트렌드일 수도 있죠. 이를 통해 거래 마찰 비용을 줄여서 자본이 더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성과가 발생하는 일부 시장도 있을 겁니다. 가령 채권 시장에서 그런 변화가 일어난다면 저에게는 정말 충격일 듯합니다. 친한 트레이더끼리 거래가 이뤄지는 곳이죠.
패트릭: 서로 호가를 높여 물량을 주고받는 관행(back slapping trading, back-slapping은 서로 과하게 칭찬한다는 뜻)도 존재하고요.
스티브: 네, 그리고 스프레드(bid-ask spread)의 폭도 큽니다. 실제 거래하려고 할 때의 호가는 스프레드와 격차가 꽤 큽니다. 시장이 항상 열리게 된다면 이런 부분은 더 공정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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