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오쇼너시(Patrick O'Shaughnessy)가 진행하는 <Invest like the Best> 팟캐스트의 2019년 6월 18일 컨텐츠인 <The Three Legged Stool>를 번역한 글입니다. 게스트는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Akre Capital Management)의 설립자인 찰스 아크레(Charles Akre)입니다. 1시간짜리 대담인데 서너 개 포스팅으로 나눕니다.
세 다리 의자 #1
<Invest like the Best> 중 <The Three Legged Stool>
진행: 패트릭 오쇼너시, 게스트: 찰스 아크레
번역: generalfox(파란색 글씨: 역자 주)
소개
패트릭 오쇼너시(이하 패트릭): 오늘 게스트는 아주 유명한 투자자인 찰스 아크레입니다. 그는 1989년에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는데, 오늘날 1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 대담에서 그의 투자 방식과 기업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세 다리 의자(three-legged stool)' 개념에 관해 다룰 겁니다.
자, 그럼 찰스를 만나 보시죠. 찰스, 저는 오늘 미들버그(Middleburg)에 처음 와봤습니다. 우리가 지금 앉아있는 이 장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면 흥미로울 듯합니다. 당신은 한 구짜리 신호등(one traffic light,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3~4구짜리 신호등이 필요 없을 만큼 교통량이 적은 한적한 지역이라는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하셨죠. 미들버그라는 지역에 사무실을 연 이유와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드셨는지 말씀해 주시죠.
찰스 아크레(이하 찰스): 우리가 미들버그에 있는 건 사실 삶의 질 때문입니다. 저는 주변에 소란스러움이 없어야 일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투자 업계의 많은 사람이 소란을 좋아하는데, 저도 그런 이들과 같이 일을 해봤죠. 하지만 이곳 미들버그의 낮은 활동성(low level of activity) 덕분에 문을 열어둔 채 바깥일에 동요하지 않고 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이 미들버그가 아니라 센트럴 파크 남부에 있었다면, 제 주변에 아주 똑똑하고 흥미로운 친구가 천 명쯤 있었을 테고 저는 정신이 산만해졌을 겁니다. 그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을 것이고 제가 잘하는 일에 관한 초점을 잃었겠죠.
패트릭: 말하자면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전경을 가진 외딴 섬에서 투자하고 계시네요.
찰스: 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는 농장 같은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죠. 다 딱 들어맞습니다.
패트릭: 오늘 우리는 '니르바나 투자(nirvana investing, 1980년대 후반 찰스 아크레가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 주주 서한에서 '궁극의 투자처는 아주 훌륭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아주 훌륭한 기업이다'라고 서술한 내용에서 차용한 명칭)'와 '세 다리 의자'의 개념, 각 구성요소 등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신 스스로 그런 흥미로운 고립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고려해서, 당신의 하루가 어떤지 하는 주제로 출발해 보죠. 투자 과정이 진행 중일 때 매일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요? 새로운 기업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고 노력하시나요? 아니면 이미 투자한 기업을 점검하시나요? 이 두 가지 업무 간의 시간 분배는 어떻습니까?
찰스: 기업 분석에 할애하는 노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했습니다. 요새는 예전보다 기업 펀더멘털 자체에 관해 조사하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죠. 그래서 투자 아이디어에 관해 하루 종일 토론하고 뭔가를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저의 우주에서 아이디어가 끓어오르는 방식이죠. 다른 직원은 컴퓨터를 쓰긴 하지만, (토론과 독서를 통해)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접점과 비계량적 접근법에 제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패트릭: 상상력이 지식과 비슷하거나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적 있죠. 이에 관해 말씀해 주시죠.
찰스: 아주 단순한 생각입니다. 제 커리어를 통틀어서 정말이지 아주 똑똑하지만 좋은 투자자는 아닌 사람을 수천 명 만났습니다. 지식 자체는 좋은 투자자의 길로 가는 입장권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건 상상력과 호기심이죠. 지난 시간 동안 우리가 제대로 된 통찰을 했다면, 그건 호기심을 가지고 훌륭한 기업을 찾는 과정을 계속해왔기 때문일 겁니다.
패트릭: 호기심과 상상력은 서로 구분되는 개념일까요? 전자는 탐색 과정으로 들리고 후자는 창의적인 힘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찰스: 음, 사실 둘 다 창의적입니다. 제 큰아들은 잠깐 동안 종신 재직 대학교수였는데, 학생을 엄격하게 선발할 수 없는 대학교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습니다. 그에게 가장 실망스러웠던 건 최고의 제자(시험에서 A를 받은 학생이겠죠)도 호기심을 갖기보다는 A 성적을 받는 데 필요한 지식만 알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죠.
제가 경험한 바로는 투자를 위한 탐색 과정과 실생활의 경험을 제가 추구하는 사고방식과 연결 짓는 과정에 호기심이 아주 유용했습니다. 가령 스톡 카(stock car, 일반 승용차를 개조한 경주용 자동차) 레이싱 경기장에 관심을 둘지 말지 결정하는 문제 같은 종류의 일에서 말이죠. 제가 호기심과 상상력의 개념적 구분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두 힘은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훌륭한 기업을 규명하는 과정에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세 다리 의자
패트릭: 제가 정말 좋아하는 당신의 투자 철학이 '니르바나 투자'와 '세 다리 의자'라는 개념으로 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 지점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당연히 의자의 세 다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씀하실 텐데, 그간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이 방 안에도 멋진 의자가 여럿 놓여있는데요. 세 가지 단순한 아이디어의 기원에 관해 말씀해 주시죠.
찰스: 저 멀리 왼쪽 끝에 있는 의자가 바로 메릴랜드주 프레더릭 카운티에서 가져온 착유용 삼각의자입니다. 원래는 제 아버지의 로펌에 근무하던 선임 파트너 소유의 물건인데, 실제로 소젖을 짜는 데 사용했습니다. 의자를 이 각도에서 보면, 뒤에 있는 다리 하나가 다른 두 다리보다 더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죠. 농부는 여기에 앉아서 소젖을 짜고는 뒤쪽에 달려있는 손잡이를 잡고 의자를 옮겨 다음 소의 젖을 짭니다. 젖을 짤 수 있게 지면에 가깝도록 비스듬하게 앉아서 말이죠.
이렇게 소 젖을 짜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네 다리 의자보다 세 다리 의자가 더 견고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세 다리 의자는 네 다리 의자와 달리 지면이 고르지 않더라도 잘 서 있습니다. 이 사실이 참 마음에 들어서, 제 아버지를 거쳐 제게 의자가 들어온 후로 간혹 사무실에서 테이블용 의자로 사용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훌륭한 투자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를 설명하는 '시각화(visual construct)' 개념으로 이 세 다리 의자를 차용하게 됐습니다.
제가 기업 경영 분야의 배경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비유를 생각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저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그전에는 의대 준비 과정(pre-med)을 밟았기 때문에 경영학과 관련된 수업을 하나도 안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백지상태였기 때문에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열망, 호기심을 갖고 있었죠. 좋은 투자란 무엇이고 좋은 투자자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여정을 밟아왔습니다. 여행의 기록을 추려보니 정량적 측면도 있긴 하지만, 결국 의자의 세 다리가 좋은 투자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따가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우리의 투자 목표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보죠. 저는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모든 자산군의 수익률을 관찰해왔는데, 장기 시간 지평에서는 보통주의 수익률이 그 어떤 자산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고 장기에 관한 일관된 정의를 사용한다는 전제에서 말이죠. 미국 시장에서 보통주의 수익률은 지난 100년간 대략 9~10%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 수익률 수치가 정확히 얼마인지가 아니라 대략적인 수준만 알면 됩니다. 왜 보통주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은지에 관해 정량적 연구를 해본 결과, 보통주 수익률이 해당 기업 주주자본의 실질수익률에 근접하고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관해 짤막한 발표를 수없이 해왔어요. 어느 자산에 투자해서 거두는 수익률은 결국 자기자본이익률(ROE)에 근사한 값을 가진다는 게 결론입니다. 우리는 주주자본 대비 잉여현금흐름 수익률 값이라는 수정 수치를 사용하긴 하지만요.
밸류에이션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기타 방해 요소가 없다고 가정하면, 정량적 접근에서도 금방 이 사실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봐요, 척,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겠죠. 이에 관해 "우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합니다. 그래서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리 높지 않은 밸류에이션에서 투자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투자의 목표가 평균을 웃도는 성과를 내는 것임을 고려하면,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해야겠죠. 그게 바로 의자의 첫 번째 다리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주주자본 대비 높은 수익률 실적을 달성해 온 기업을 찾고자 합니다. 그런 기업을 발견하면 성과에 영향을 미친 요인과 원인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들 기업의 미래에 놓일 활주로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예상(넓고 긴 활주로인가?)과 현재의 초과 성과를 웃도는 초초과 성과를 달성할 가능성이 있을지 등에 관한 질문을 해봅니다. 나아가 탁월한 경영 능력이 입증된 사람들이 그 기업을 운영하길 바랍니다. 여기서 탁월함이란 경영진의 업적에 관한 것을 넘어, 경험에서 배운 바로는 개인적으로 우리, 즉 투자자를 모르더라도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도 포함합니다.
당신도 여러 번 봤으리라고 생각하는 제가 쓴 문장이 있는데요.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한 번 당신의 돈을 훔쳐 간 사람은 또 그럴 것이다. Our experience is, once a guy sticks his hand in your pocket, he'll do it again.
경험에서 이미 배웠는데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죠. 이 모든 인간 행태에서 우리 이익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항상 주시합니다. 그래서 의자의 첫 번째 다리가 기업의 퀄리티이고, 두 번째 다리는 그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퀄리티와 진실성이죠. 마지막 세 번째 다리는 이들의 재투자 실적은 어떠했고, 앞으로 어떤 재투자 기회를 가질 것인가에 관한 겁니다. 이 세 다리의 요소를 다 갖췄을 때라야 너무 많은 돈을 주고 투자하고 싶지는 않다는 밸류에이션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게 바로 세 다리 의자입니다. 사람들이 이 개념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 당신이 바로 그 세 의자(three stools, 세 다리를 가진 하나의 의자가 아니라 세 개의 의자로 혼동해서 말한 것)죠" 같은 말을 하면서요. 겉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요소를 다시 언급하며 우리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하고 끝내는 건 시간이 부족해서입니다. 경험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일단 세 다리 의자를 갖춘 훌륭한 기업을 매수하고 나서는 매도하지 않는 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기업은 사업을 하면서 사소한 문제와 계획에 없던(최소한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을 겪습니다. 그게 바로 인생이죠.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잭 웰치(Jack Welch,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General Electric]을 이끈 전설적인 경영자)의 계획처럼 기업가치를 계속 연 20%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잭이 회사를 떠난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확인해 보니 그의 유산도 성공할 가망이 없는 엉성한 계획이었습니다. 올해 아크레 캐피털 매니지먼트 창립 30주년을 맞아 여기저기서 발표를 했습니다. 우리 파트너 한 명이 <매도(하지 않는 것)의 미학>이라는 제목으로 했던 발표도 포함되어 있죠. 매도하지 않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 바로 매도하지 않는 능력일 수도 있어요.
패트릭: 제가 퀀트 기반의 투자자이긴 해도 세 다리 의자의 각 요소에 담긴 미학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오늘 대담을 준비하면서 밴닥(bangdag)이라는 회사를 둘러싼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알게 됐습니다. 기업이 사업에서 근본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본질을 규명하고, ROE가 장기간 9~10% 수준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밴닥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찰스: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제가 워싱턴 D.C.에 있는 존스턴 레몬(Johnston Lemon)이라는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증권회사였고 저는 리서치 부문 이사로 재직했습니다. 인턴사원을 모아놓고는 우편물 함을 열어서 잡지나 신문은 찢어 버린 후 그들에게 다시 나눠 주면서 뭔가 흥미로운 게 있는지 찾아보라고 시켰죠.
일주일쯤 뒤에 한 인턴이 와서 밴닥이라는 정말 재밌는 회사가 있다고 하더군요. 뭐가 재밌냐고요? 자본수익률이 높았고 오랫동안 그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했다고 칭찬하며 그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타이어 사업을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죠. 저는 수익률과 자본에 관한 수치를 검토하고 나서 밴닥은 타이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밴닥의 수익률과 타이어 산업 내 다른 회사의 수익률을 한번 비교해 보게나.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밴닥의 수익률은 동종업계 경쟁자의 서너 배에 달했죠. "밴닥이 타이어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네. 사실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제부터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지."
그래서 밴닥 탐방을 했는데 마티 카버(Marty Carver)라는 사람이 경영자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로이 카버[Roy Carver])가 아이오와주 무스카틴(Muskatine)에서 밴닥을 창업했죠. 마티는 저와 인터뷰하는 내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는 사과를 먹었습니다. 즉시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밴닥은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를 재생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 휘발유 가격이 천장을 뚫고 급등했던 석유 파동이 있었죠. 타이어 성형과 재생 타이어의 주원료는 당연히 석유입니다. 석유 파동의 결과 밴닥의 모든 딜러는 큰 폭의 원가 상승을 맞았습니다. 얼마 후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자 밴닥은 보유 현금을 풀어 사업을 하는 데 보태 쓰라며 딜러에게 나눠줬죠.
딜러는 이 자금으로 캐딜락 신차를 뽑을 수는 없어도 새 매장을 여는 건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주요 경쟁자는 거대 타이어 회사의 직영점이었죠. 반면에 밴닥의 매장은 모두 가맹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밴닥은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9시가 되어서야 퇴근하는 자영업자와 거래했습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직원으로 구성된 직영점과는 다르죠.
밴닥의 딜러, 즉 자영업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동기 부여되는 사람들이라, 유가가 하락하는 시점에 밴닥은 자본을 주주에게 분배하는 대신 딜러와 공유했습니다. 어려움을 겪던 딜러가 밴닥에 엄청난 신의를 가지게 된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밴닥 딜러는 입고된 트럭이 밴닥 타이어를 달고 있는 경우에 더 정교한 원재료비 분석을 내놓음으로써 보답했습니다.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는 두세 번 재생해서 쓸 수 있게끔 만들어집니다.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자가용 타이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쨌든 밴닥은 충성도 높은 자영업자 딜러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이들은 업계 수위권 업체가 아니라 밴닥의 상호와 제품을 계속 사용했습니다. 그 결과 밴닥은 다른 기업에 비해 아주 높은 자본수익률을 누렸습니다.
마티 카버는 이런 호기심과 관찰, 상상력이 필요한 문제를 잘 처리하는 데 이름을 남긴 인물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회사를 창업했지만, 분별없이 행동했습니다. 마티의 아버지는 100피트짜리 거대한 요트를 사서 라스베이거스 쇼걸과 놀러 다녔죠. 왜냐하면 사업이 아주 잘 됐고, 다른 쪽이 더 흥미진진한 경험이니까요.
투자를 잘하려면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사실에 열려있는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결국 밴닥은 서부 유럽 몇 개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거든요. 노사 갈등 등의 문제가 터졌는데, 우리는 얼마 후에 밴닥을 매도했습니다. 그래도 정말 오랫동안 보유한 뒤였죠.
패트릭: 상대적으로 젊지만 정말 빠른 속도로 성장한 소위 빅 테크 기업이 만들어내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최근에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보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당신은 뛰어난 투자 성과를 내셨죠. 당신을 가치 투자자로 분류하는 건 적절하지 않겠지만, 투자 전략으로서 가치 투자는 형편없는 성과를 냈습니다. 세 다리 의자의 첫 번째 요소, 즉 근본적인 기업가치에 관한 평가가 지난 10~15년간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하네요. 훌륭함을 정의하는 요인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나요?
찰스: 지난 10~15년을 되돌아볼 때 첫 번째 차이는 모든 기업의 수익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겁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저금리 기조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해요. 물론 a=b+c 식으로 단순 셈을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금리 정책은 정말 오랫동안 유지됐고 그 결과 모든 기업의 수익률이 하락했다고 봅니다.
두 번째 차이는 돈을 버는 방식이 (적어도 우리에게는) 아주 생소한 일부 기업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우리는 그 방식을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평균을 꽤 웃도는 최근 몇 년간의 우리 투자 성과는 FANG(2010년대 주식 시장에서 가장 성과가 뛰어났던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빅 테크 기업을 지칭하는 말)류 기업에 전혀 투자하지 않고서 이뤄낸 것입니다. 이들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그 정도로 똑똑하지 않고 이해의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이죠.
패트릭: 향후 10~15년 동안 당신의 그런 기조에 변화가 일어날까요?
찰스: 우리는 매일 학습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기업이 존재한다면) 정말 매력적인 기업은 어디인지, 기술이나 정부 개입, 다른 국가로부터의 보복 관세 문제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을 기업은 어디인지 매일 알아가야 하겠죠.
패트릭: 더 깊이 논의해 보면 좋을 것 같은 주제가 바로 당신이 최근에 매수한 기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정말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한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7년 이상 보유한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도 최근에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산업이나 기업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찰스: 우리는 포트폴리오 기업에 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새로 포트폴리오에 들였거나 내보낸 기업에 관해서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려고 하죠. 문제는 항상 동일합니다. 2010년 3월에 우리는 마스터카드(MasterCard)를 처음으로 매수했는데,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7월 제정한 금융개혁법)과 더빈 개정안(Durbin Amendment, 신용카드가 아닌 직불카드를 사용하는 카드 소유자의 결제 프로세스 비용을 줄여주고 신용카드 결제 프로세싱 업계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조항)이 진행되던 시기였죠. 당시 마스터카드와 비자의 PER은 10에서 11 정도였습니다. 수치를 분석한 결과, 자본 대비 영업이익 비율에 관한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쉽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더 설명해 보죠.
이렇게 말해보죠. 마스터카드와 비자의 이익을 4분의 1 토막 내더라도 미국 기업의 평균 이익률보다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죠. 저는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다소 과장된 톤으로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 이들 기업 뒤에 우리가 목표하는 커다란 표적이 존재하고, (2) 손익계산서상 모든 비용 부문에서 이들의 높은 이익률을 낮아 보이게 만드는 방해 요소가 있으며, (3) 그 방해를 일으키는 요소가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의미했습니다. 우리는 뭔가 발견했다고 생각했고 그에 관해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나온 어떤 보고서를 보더라도(우리는 거의 읽지 않지만요) 우리가 발견한 사실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투하자본수익률 같은 걸 이야기하는 보고서가 있었습니까? 월스트리트는 우리와 전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보고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본의 복리 성장을 추구합니다. 통칭 월스트리트는 거래를 유발하려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죠.
거래를 유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리 표현에 따르면 '잘못된 기대(false expectations)'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잘못된 기대가 뭘까요? 네, 실적 전망입니다. 오쇼너시 애셋 매니지먼트(패트릭 오셔너시가 CEO로 재직 중인 자산운용사)가 다음 분기에 주당 1.73달러 이익을 보고하리라는 컨센서스가 있다고 해보죠. 실제 이익이 주당 1.72달러로 드러나면, '1bp 차이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라는 기사가 실릴 겁니다. 우리 표현으로는 '1페니 차이로 상회, 1페니 차이로 하회'하는 식이죠. 이런 상황 덕분에 기회가 주기적으로 찾아옵니다. 우리가 보기에 시장은 컨센서스를 둘러싸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죠.
지난 4년간 언론에 많이 보도되며 논쟁의 중심에 섰던 달러 트리(Dollar Tree,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15,0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할인점 체인)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죠. 초저가 할인점(the dollar store business) 산업은 패밀리 달러와 달러 트리, 달러 제너럴의 세 기업이 말 그대로 과점하는 시장이었습니다. 달러 제너럴은 비상장 기업이 됐다가 KKR에 의해 재상장됐죠. 달러 트리는 버지니아주 체서피크(Chesapeake)에 본사를 둔 덕분에 사모펀드의 인수 대상이 되지 않았고, 역사상 세 번째 CEO가 경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달러 트리를 통해 훌륭한 유통기업이란 무엇이고 모든 상품을 1달러에 판매하는 7천 개의 매장을 설립하고 관리하는 훌륭한 실행 계획이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달러 트리 매장의 모든 상품은 1달러를 넘지 않습니다. 경쟁사인 달러 제너럴과 패밀리 달러는 여전히 창업자 일가가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수 대상이 될 만한 조건을 갖췄죠. 특히 달러 제너럴은 패밀리 달러와 오랫동안 비밀리에 대화를 나눠왔습니다. 패밀리 달러가 매물로 나오자 달러 트리가 더 낮은 인수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했어요(달러 트리는 2014년 7월에 패밀리 달러를 85억 달러에 인수했다). 패밀리 달러가 달러 트리를 선택했습니다. 달러 트리와 달러 제너럴 모두 인수전에 참여해야만 했죠. 시장을 과점하던 회사 수가 세 개에서 두 개로 줄어든다면, 당연히 두 회사 다 참여해야만 합니다. 패밀리 달러 인수를 통해 달러 트리는 매장 수를 두 배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죠.
패트릭: 시장 평균보다 정말 높은 수준의 ROE나 ROIC 같은 단순한 아이디어 외에 다른 휴리스틱을 사용해 새로운 호기심의 발로가 될 만한 다른 시장을 발견하신 경험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찰스: 다른 사고틀과 다른 산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패트릭: 네, 맞습니다.
찰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한 말로 알려진 문장을 가리키며) 여기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패트릭: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하여 더는 단순할 수 없을 만큼 단순하게 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네요.
찰스: 바로 그겁니다. 정말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어떤 주식이 싸거나 비싼지 판단할 수 있는 정말 흥미롭지만 아주 복잡한 방법을 고안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하고자 합니다. 당신 뒤에 놓여있는 보고서의 제목을 한번 읽어보세요.
패트릭: 네, '모든 투자의 핵심은 수익률에 있다'라고 되어 있네요. 이게 당신이 사용하는 사고틀인가요?
찰스: 네, 모든 투자에서 핵심적인 사고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을 하향식(top down basis)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좀 전에 FANG 주식과 현대 기술에 관해 다뤘죠. 전반적으로 모든 일은 유통(distribution)의 변화에 관한 것입니다. 그게 정보거나 카드 게임이거나 아마존이 책으로 시작해 전 세계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상점이 되고 나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판매하는 일이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전부 유통에 관한 것이죠. 클라우드 서비스도 정보를 저장하는 유통 방식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단순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겁니다. 일어나고 있는 일의 거시적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가능한 한 단순화하는 것이죠. 지금 일어나는 일의 수풀에 갇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패트릭: 유통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일어난 혁신에 관한 이야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밴닥은 그 흥미로운 사례였죠. 기업을 평가할 때 제품 혁신과 유통 혁신을 구분해서 판단하시나요?
찰스: 아닙니다. 우리는 그 정도로 똑똑하지 않습니다.
패트릭: 당신 말처럼 그 정도로 똑똑하지 않은데도 투자 일은 꽤 잘 되는 것 같습니다.
찰스: 그럭저럭 잘 되어가는 게 중요한 것이죠. 아주 중요한 관찰입니다. 그럭저럭 잘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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